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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신앙 이야기


쌍샘교회 - 샘이 깊은 물이 어우러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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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환연 (121.♡.71.57) 댓글 0건 조회 5,309회 작성일 12-07-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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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 2008년 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샘이 깊은 물이 어우러진 곳




쌍샘교회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을 보는 듯한 사람이 있다. 취재를 위해 처음 통화를 했을 때, 조근 조근 찬찬히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교회 이름과 어쩜 그리 잘 어울리던지. 그는 그렇게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듯, 자연 속에 푹 녹아든 교회를 만들어왔다. 청주시내에서 얼마 가지 않아 호젓하게 펼쳐지는 시골 길을 지나 예쁘게 자리 잡은 하얀 교회, 그저 시골에 있는 교회도, 도시적 낭만의 여유를 부리는 자연교회도 아니다. 자연을 터로 하여 삶과 신앙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영성과 자연이라는 쌍샘에서 문화라는 열매를 길어 올린 쌍샘자연교회의 백영기 목사를 만나보았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90년에 처음 청주 시내 달동네에서 공부방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만났어요. 그러다가 92년도에 쌍샘교회로 개척을 했지요. 그곳 동네 이름이 쌍샘이었거든요.” 사회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곧 일 년 있다가 도서실을 열었고, 교회가 진정 감당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추진해가면서 그렇게 십 여 년이 흘렀다. 어느 날 그 지역이 개발되면서 집이 헐리고 길이 나기 시작했다.

 “제가 개척한 교회의 본래 의도가 더 이상 살지 않아서 고민을 했지요. 소위 달동네 교회로서의 기능을 못한다면 도심에서 과감히 빠져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역이 개발되면 땅값이 오르니 교회로서는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는 그때 오히려 그곳을 떠났다. “교인들을 먼저 설득시켰죠.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새로운 교회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 도시에 살던 교인들이 시골로 옮긴 교회까지 잘 다닐 수 있을까 우려도 많았지만 다른 생태교회에 탐방을 보내기도 하고, 조별토의도 하게하고, 땅도 알아보면서 ‘뜻’은 결국 하나로 모아져갔다. 건물을 짓기보다 마음을 토양 삼아 먼저 짓기 시작했던 것. 2002년 호정리로 교회를 옮긴 이후, 현재까지 한 명의 교인도 빠지지 않고 모두 잘 이어져 오고 있다. 두 집은 아예 교회 근처로 이사를 왔고, 이제 곧 열 가구가 이곳 마을로 들어온다고 하니, 교회와 가정이 어우러질 생태마을의 모습이 그려진다.

 땅을 사고 교회를 짓기까지 충북•충청 노회의 많은 교회들이 도움을 주었다. 다른 교회나 단체에서 쌍샘자연교회를 장소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아낌없이 공유하고 나누는 것도, 이렇게 세워진 쌍샘자연교회가 내 교회 아닌, 주님의 교회라는 마음이 들어서라고.




우리와 함께, 그들과 함께

 양 옆으로 펼쳐진 논밭의 한 켠에 너른 마당을 가진 예배당은 언뜻 보면 그저 하얀 작은 집 같다. 그 옆에 올곧게 서 있는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다면! 마름모 모양의 본당에는 네모난 강대상이 마름모의 꼭지점에 소박하게 들어 앉아 있어 강대상과 교인들은 자연스레 둥글게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예배를 드린다. “어린 이들이 돌아가며 말씀을 봉독하거나 특송을 하는데, 자기 순서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리는지 몰라요. 찬양대도 따로 구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며 찬양을 하구요.” 이곳에서는 세대 간의 단절이란 있을 수 없다.

 경건하게 드려야 하는 예배를 위해 아이들과 분리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교회, 유치부에서부터 중고등부, 청년부, 장년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을 일단 나누고 시작하는 기존의 교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예배를 드리고 나면 한 가정씩 돌아가며 식사를 도맡아 마치 집에서 지은 듯한 밥을 함께 먹는다. 같이 예배드리고, 먹고, 어울리는 사이, 교회는 다시 하나의 커다란 가정이 된다. 쌍샘자연교회는 이렇게 무엇이든 교민들과 ‘함께’ 이루어 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예배당 맞은편엔 황토와 나무로 지은 소박한 건물이 눈에 띄는데 백목사와 교인들이 직접 쌓아 올린 까페 ‘사랑방’이다. 동네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 올 때 마땅히 들어갈 곳이 없어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무인 운영되며 찻값조차 ‘알아서’내는 이 까페는 나무를 깎아 만든 탁자와 추억의 난로만으로도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교인들이 직접 만든 천연비누, 자연염색 손수건 등이 진열되어 있고,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책을 읽어도 좋을 작은 도서관은 동네 아이들에게 인기다.




교회는 잔치다!

 백영기 목사는 쌍샘교회 사역의 처음부터 ‘아이들’을 놓지 않았다. 공부방을 시작한 게 그러했고, 이곳으로 옮긴 이후 이어지는 ‘자연학교’와 ‘민들레학교’, ‘생태, 자연도서관’ 사역이 또한 아이들을 향한 꿈을 키워나가는 일이다. “동네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책 읽는 소리가 들려야 하잖아요. 아이들이 교회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놀토를 이용한 대안학교는 ‘자연학교’는 땀의 소중한 의미를 배우고 생명의 가치를 경험하면서 자연과 함께 놀며 배우는 신나는 학교이다. ‘공부방’처럼 주중에 이루어지는 “민들레학교”는 그 동네에서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 때문에 거의 방치되기 쉬운 아이들과 함께 요리실습, 몸으로 표현하는 음악 등의 놀이와 인성교육 등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보듬는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움 자체에요.” 무보수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민소영 선생님은 이제 곧 교회 근처로 이사까지 올 예정이라고. 이제 교회 가까이에 세워질 ‘생태, 자연 도서관’은 생태, 자연, 환경에 관련된 내용의 도서, 잡지, 영상 등만을 모아 만들어진다. 건물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단순한 도서관의 의미를 넘어 건강한 생명 문화 운동의 구심점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은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쌍샘자연교회는 매년 봄과 가을에 잔치를 연다. 봄꽃 무료나누기, 봄기운 음악회, 봄맞이 전시회, 건강 먹거리 나눔, 아이들 놀이마당 등이 열리는 ‘봄을 나누는 사랑의 잔치’는 생명과 문화의 나눔 한 마당을 이룬다. ‘정 나누고 힘 거드는 날’이라는 가을잔치는 벌써 열다섯 번째를 지나왔다. 천연염색과 도자기 체험, 작은 음악회, 들꽃 사지 전시회, 아이들이 펼치는 알뜰장터 등의 다채로운 마당이 자연을 벗 삼아 넉넉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 특별히 작년 가을잔치에는 홍순관 콘서트를 열어 평화센터 건립을 위한 행사를 가졌다. 이러한 교회잔치를 통해서 ‘영성’과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는 쌍샘자연교회만의 꿈과 색깔을 다시 함께 확인해간다.




교회 밖으로 행군하라

 비닐하우스에서 꽃과 모종을 내고, 논농사까지 시작한 백영기 목사는 먹거리를 스스로 가꿀 줄 아는 삶이 아름답다며 곧 부드럽지만 힘이 있는 쓴 소리를 잇는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몫이 아닐까요? 특별히 ‘환경 문제’를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가 생태적 관심을 가지고 발 벗고 나서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아쉬워요.” 녹색대학, 녹색가게는 많아도 녹색교회는 참 드문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교회는 구원을 받는 도구가 아니에요. ‘삶’이죠. 신앙으로 사는 삶을 이루는 것에 진정한 교회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가 받은 은총을 잘 누리고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교회가 사람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교회는 이제, 구원을 받고 난 그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 “요즘 목회자들은 교회 성장과 교회 키우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개교회 중심, 성장 중심의 신앙에서 이제 한 단계 더 성숙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미 교회는 참 많잖아요. 이제 목회자들이 교회에만 머무르려고 하지 말고, 교회 밖에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곳에 당당히 찾아가 하나님 나라를 향한 꿈을 이루어 나가면 좋겠어요. 자신의 은사를 따라 ‘뜻’이 있는 목회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교회 사역이 아니면 ‘목회’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한국교회 풍토 속에 이제 달라져야 할 새로운 목회의 정의를 고민하게 하는 백영기 목사. 그는 이미 그 ‘뜻’을 발견했고, 실천하고 있으며, 동시에 아직도 꿈꾸고 있다.




 “그냥, 마음을 나누고 싶었지.”

 봄 잔치 초대장에 쓰여 있는 백영기 목사의 첫 인사말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고 나눔이고 문화이고 잔치인 것을, 그저 나누고 싶은 한 사람의 꿈. 이제는 그 꿈이 생수의 강이 되어 조용한 한 시골마을을 물들이고 있다. “우리 동네에 교회가 들어와서 참 좋아요.”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 한마디 들으며 존재하는 교회는 하나님과 사람, 나와 이웃을 둘 다 시원하게 할 행복한 샘물 아니겠는가.


*쌍샘 자연교회 (백영기 목사)

충북 청원군 남성면 호정리 2구 575번지 041)225-8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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