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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신앙 이야기


땅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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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106.♡.5.238) 댓글 0건 조회 363회 작성일 19-04-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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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현아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세상에 슬픈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하나님은 기쁘실 수 없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영원한 슬픔이다.”

고 문익환 목사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처음 읽었을 때, 그것은 저에게 두 가지 의미에서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먼저는 우리와 관계없이 홀로 존재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어느 한 사람이라도 깊은 절망과 슬픔 가운데 있다면, 그 곁에 끝까지 함께 하신다는 하나님의 한없는 상호연결성에 대한 놀라움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나님이 영원한 슬픔이라면, 정말 세상은 슬픔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걸까, 한 순간도, 한 존재도 예외 없는 기쁨의 순간이란 과연 우리에게 없는가 하는 두려움의 충격이었습니다.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십자가의 고난과 절망이 부활의 기쁨과 희망으로 되살아난 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세상의 여전히 슬픈 누군가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영원한 슬픔이신 하나님과 함께 말입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이어진 이 예배를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상호관계를 어렴풋하게라도 익혔습니다. 부활을 참되게 축하하고 기뻐하는 방법은, 세상의 고난과 슬픔에 대한 진지한 묵상과 참여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잊혔던 또 하나의 고통당하는 이웃들 곁으로 다가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땅과 자연, 구체적으로는 제주의 땅과 자연,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우리의 이웃들 곁으로 말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지금 제주는 난개발로 가는 곳마다 신음하고 있습니다. 천혜의 아름다운 땅이 거대 자본에 잠식되어, 도대체 그것이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체험, 관광, 유락시설이 건설되었고, 또 건설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1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하수는 말라붙고, 쓰레기 오름이 등장하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교통대란과 범죄율이 급증하는 등 난개발의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제는 또 하나의 거대한 공항이 필요하다 합니다. 이를 위해 제주의 오래된 마을들, 숲과 오름들, 천연의 용암동굴들, 각종 동식물의 서식처가 훼손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높이 돋은 곳은 깎고, 파인 곳은 메우며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관광객의 길을 예비하느라 분주합니다.

문제는 성산일대, 제2 공항 부지로 예정된 여러 마을의 거주민들이 이 소식을 어느 날 갑자기, 뉴스를 통해 듣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강정 마을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개발업자들과 정치인들은 번영과 희망이라는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예상되는 경제적 이득을 부풀려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정겨웠던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기고, 대립과 상처도 생겼습니다. 결국 마을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민들은 개발 반대로 목소리를 모았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격렬히 저항하고 있지만, 욕망에 사로잡힌 정치과 자본권력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존귀하신 여러분, 지난 개발과 성장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개발과 성장, 풍요와 이익에 사로잡힌 사회가 얼마나 불의할 수 있는지, 사실은 얼마나 불공평한지, 약자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적은 임금에, 더 험한 일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 비상식적으로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쫓겨나는 임대상인들, 핵발전소, 송전탑, 석탄발전소, 군사기지 등 위험하고 낯선 시설로 가득한 각 지방의 작은 마을들, 그리고 계속되는 전국의 숲과 강, 자연의 파괴들... 이 모든 것들은 화려함과 풍요로움, 편리함을 향해 질주하는 우리 사회가 결국은 약자들의 희생 위에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들입니다.

제주 개발과 제2 공항 건설은 또 다시 이렇게 약자들을 희생시켜 성장과 부흥을 꾀하고자 하는 불의한 계획입니다. 그 모든 중심에 오직 사람만이 있고, 사람의 이익, 그것도 몇몇 자본의 이익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희생자는 제주의 자연이 될 것이며, 평범하게 일상을 살고자 하는 제주의 주민들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신앙하는 존귀하신 여러분, 모든 자연은, 우리와 같이, 생명과 생존을 위한 권리를 부여 받은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숨결이 있으며, 그 안에 이미 하나님의 영이 가득합니다.

무엇하나 우리 힘으로는 지어내고 창조할 수 없는, 그 안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되는, 때로는 그 세밀함에 위로받고, 때로는 그 웅장함에 압도되는, 자연은 그렇게 신비하고 거룩한 곳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작 포크레인으로, 콘크리트로 그들을 파헤치고 덮어 버리려 합니다. 풍요와 이익을 위해 다른 피조물을 착취하고 생존을 빼앗을 권리가 마치 우리들에게 있는 양, 그 폭력적 독주를 멈추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거주자일 뿐이다”(레 25;23).

우리들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권리가 있다면 그것은 제한적 권리입니다. 자연에 대한 우리의 권리는 자연이 주는 것 중 필요한 것을 사용할 권리일 뿐, 그 이상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성서는 지속적으로 지나친 부의 축적을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이 준 것을 독점하고, 필요한 것 이상을 뽑아내어 경제적 이익을 쌓는 일은 성서적이지 않습니다.

자연은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오늘의 본문 요엘서 전체 말씀을 보면, 땅과 자연이/ 우리가 지금 하나님과 맺고 있는 관계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벌하실 때, 인간이 자연의 축복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도록 땅을 황폐하게 하셨고, 그 열매를 거두어 가셨습니다. 반대로 하나님은 그 백성과의 관계를 회복하실 때 무엇보다 먼저 자연을 회복하고 복 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가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땅이 받는 고통이 인간의 죄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땅이 황폐하고, 자연이 인간에게 적대적인 것은 인간의 잘못으로 인함입니다. 오늘날 파괴되고 훼손된 자연은,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가 신실하지 못하며, 깨져 있음을 고발하는 명징한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생태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일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성찰하게 하는 종교적, 신앙적 행위입니다.

자연에 불의한 사회는 인간에게도 불의합니다. 생태신학자 샐리 맥페이그가 이미 주목한 바와 같이, 오늘날 생태파괴는 부자들의 욕망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가난한 약자들의 희생으로 이어집니다. 생태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것은 사회/공동체적으로도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자연에 깃들어 자연과 공존하며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제주의 농부들은, 개발업자들의 투기로 인해 땅값이 상승하면서 농사를 지어서는 세금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주의 가계부채 상승률은 이미 전국 최고를 달리고 있으며 삶의 만족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있습니다. 관광의 섬 하와이의 선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듯이, 제주의 주민들 역시 본래 그들의 하늘, 본래 그들의 땅에서 내몰려, 주인이 바뀐 땅, 타인들의 땅, 관광객들의 땅 언저리에서 한숨 쉬고 있습니다.

이렇듯 어떤 이의 지나친 자기 확장, 지나친 권리 행사는 필연적으로 다른 누군가의 고난과 슬픔을 야기합니다. 인간의 지나친 자기 확장은 땅의 눈물과 고난을 야기하며, 부유한 자의 권리행사는 가난한자들의 피와 눈물을 불러옵니다.

하나님과 함께, 이 땅의 슬픔에 동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존귀하신 여러분, 지금 우리는 인간의 지나친 교만과 욕망이 가져온 땅의 눈물과 한숨을 목도합니다. 거대한 자본과 탐욕스런 권력이 가져온, 가난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파괴된 일상과 슬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들의 슬픔을 거두어 기쁨으로, 이들의 절망을 거두어 부활의 희망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오늘 예배의 주제는 “땅아, 두려워하지 말아라!”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회복의 약속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워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성장과 풍요에 대한 확신과 욕망이 타인과 피조세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해야 합니다.

“땅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것은 또한 죽음과 같은 절망이 부활의 기쁨으로 변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워해야 합니다. 우리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누군가 약자를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해야 합니다. 우리의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할 미래, 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단히 걱정하고 염려해야 합니다. 그 두려움이 결국 우리로 하여금 삶의 새로운 차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제주 제2 공항 건설의 문제는 단순히 시설 하나를 더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미래가 열렸습니다. 부활은 미래에 대한 약속입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의 슬픔을, 누군가의 고난을 외면한다면, 부활의 약속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시달리는 땅, 아파하는 자연, 고난 받는 우리의 약한 이웃들과 함께 함으로 2019년 부활하시는 그리스도의 영광에 함께 참여하는 우리가 되길 기원합니다.  함께 기도합시다.

주님, 우리는 성서에 나타난 해방의 기억, 부활의 역사를 우리의 것으로 믿고 간직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 다시 결단을 해야 할 순간에 서 있습니다. 착취당하고 파괴되는 창조세계의 문제를, 내몰리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그 해방과 구원을 향한 자리에 서고자 합니다.

우리를 향해 늘 신실하신 주님, 우리로 하여금 땅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만나는 모든 것들과의 정의로운 관계, 신실한 관계를 회복하게 하여 주십시오. 창조의 동역자로서 이 땅의 생명을 돌보고, 겸손히 자신을 뒤로 물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한 생명의 터전을 물려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생태적, 사회적 정의에 기반한 미래를 꿈꾸게 해 주십시오. 우리의 구원자, 해방자 되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 글은 2019년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설교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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