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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생명이 살아 숨쉬는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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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환연 (121.♡.71.57) 댓글 0건 조회 2,805회 작성일 12-07-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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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15 월간 '고신' 제공

땅, 생명이 살아 숨쉬는 터전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6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자연과 분리된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흙과의 특별한 만남이 다가왔습니다. 흙에서 환경운동의 실마리를 찾던 중 주말농장을 찾아가 씨를 뿌렸던 것입니다. 처음엔 나와 우리 가족의 먹을거리를 의식하면서 땅을 헤집었지만 계속되는 흙과의 만남은 다른 그 무언가를 느끼게 했습니다. 만지면 만질수록 흙은 반갑다고 악수를 받아주었고, 지렁이, 굼뱅이 등 땅 속 친구들은 내 감각이나 머리로 감지할 수 없었던 생명의 세계로 초대하였습니다.

거기서 나는 땅과 한 몸임을 실감하였습니다. 흙 속에 뿌려진 씨앗은 싹을 내밀고, 비를 맞고 햇빛을 반기며, 잎이 자라고 줄기가 뻗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제가 받은 생명을 맘껏 자랑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게다가 내겐 맑은 공기와 초록의 향기도 내뿜어 주었습니다. 땅 속 생명의 기운을 땅 위로 이끌어내는 그 모습이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해보였습니다. 더구나 사랑의 희생을 통해 내게 먹히울 땐 창조의 섭리에 따라 내 삶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땅이 단순한 ‘땅 덩어리’나 그저 우리의 음식을 생산하는 곳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해볼만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땅이 살아있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땅은 그 자체로 살아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수천, 수백 억의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유기질이 풍부한 흙 1g에는 7~8억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그 속 곰팡이 균사의 경우는 그 길이가 3~4억m나 된다고 합니다, 농지 1m2에는 5,500 마리의 벌레와 5만 마리의 작은 곤충이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다양한 생명이 모여 사는 곳일수록 땅이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땅이라고 해서 모두 다 생명을 키워내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이 살아있는 땅은 건강한 흙이 표면을 몇 cm에서, 기껏해야 몇 십m의 두께로 살짝 덮고 있을 뿐입니다.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오히려 생명을 해롭게 하는 중금속과 방사성 원소가 나옵니다. 그것은 생명을 키워내는 게 아니라 죽일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석탄과 석유가 나오는데,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이런 물질 역시 생명에는 해가 됩니다. 연소되면 여러 오염물질이 나오는 데다, 석유 부산물인 여러 화학물질이 가볍게는 내분비계 교란을, 심각하게는 맹독성을 지녔거나 생식세포의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발과 자원획득이라는 명분 아래 발전된 기술을 앞세워 점점 더 깊이 땅을 파헤치고 강과 바다 밑의 땅까지 파헤쳐 들어갑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생명의 땅을 존중하며 지키고 돌보기는커녕, 생명의 땅을 죽음의 땅으로 파괴하고, 논밭을 불모의 땅으로 만드는가 하면, 갯생명이 살아숨쉬는 뻘은 반대로 탐욕으로 얼룩진 땅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딜 가든 개발의 현장을 볼 수 있는데, 그 곳 땅은 시름시름 앓다가 이내 시멘트와 아스팔트 길로, 골프장 등 리조트시설로, 아파트로, 산업단지로 사라져 갑니다.

농지의 경우 매년 전체면적의 1.6%인 3만 ha가 매년 사리지고 있다는 통계입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땅은 단위면적당 쉽게 더 많은 곡식을 생산하려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여 땅 속의 유익한 미생물을 다 죽여, 생산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편리함을 위해 쓰이고 난뒤 다시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쓰레기들로, 땅이 피폐해지고 땅에 사는 생명이 병들어 죽어가고, 그것들을 먹고 마시며 호흡하는 우리도 병들거나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땅이 머지 않아 생명력을 잃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면 거기 뿌리박고 사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의 삶도 온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환경지속성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46개 나라 중 122위, 특별히 땅에 대한 부담은 146개 국 중 단연 1등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삶이 땅이 견딜 수 있는 용량을 훨씬 넘겨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말이 회자되곤하는데 지금처럼 개발이 계속된다면 우리 땅의 ‘지속가능성’은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한번 손상된 땅, 한번 상실된 표토가 회복되려면 최소 2천년 이상 걸린다는 통계가 그 증거입니다. 그런데 지금껏 이렇게 손실된 지구상의 표토가 240억톤, 매년 900만ha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또 한 번 오염물질로 더럽혀진 땅도 다시 살리기 힘듭니다. 중금속과 농약 등은 땅에 축적되는데, 한번 축적되면 인위적으로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오랜시간에 걸쳐 하천과 지하수에 녹아들어 땅을 근본적으로 파괴합니다.

그러나 아직 절망할 일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작은 일부터 실천하면 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작은 일에 충성한 우리에게 잘했다 칭찬하고 새 땅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땅을 잘 관리할 책임을 맡은 청기지의 본분을 기억합시다. 신음하고 있는 이
땅이 기다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우리임을 기억합시다.

우선 땅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땅을 가까이 하며 살고, 또 널리 전합시다. 혹 교회가 땅을 갖고 있다면, 이익을 위해 투기하기보단 생명이 살아숨쉬는 땅으로 살리고, 하나님의 농사를 짓게 해봅시다.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땅이 있다면 구입해서 자연에게 돌려주는 일도 해봄직 합니다.
사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는 땅을 지키고 살리는 일입니다. 땅이 죽으면 우리는 물론 더불어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흙에서 와서 흙에서 난 것을 먹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지음받은 땅의 존재인 우리, 아니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땅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또한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땅은 내 세대에서만 쓰일 것이 아니요, 우리 후손 대대로 계속 사용될 땅이기 때문입니다.

성서는 인간이 땅을 혹사시키고 땅을 오염시키며 착취하면 땅이 인간을 저버릴 것이라고 합니다. 레 26:34을 보면 “너희가 원수의 땅에 끌려가면 너희의 땅은 쑥밭이 되리라. 그 동안에 땅은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제야 숨을 돌리며 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사람이 추방당하므로 땅이 스스로 안식을 취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시대에 깊이 새겨볼 말씀입니다.

또 몇 해 전의 일입니다. 주말농장을 바꿔 주말농사를 짓는데 땅이 척박하여 투덜대다 농장지기한테 혼이 났습니다. ‘양심이 있으면 땅이 내는 생명만 가져다 먹지 말고 땅 한 평이라도 살리라’는 질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 주말농장에서는 단순히 생명을 길러먹는 차원을 넘어 땅과의 또 다른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평의 땅을 살리고 가꾼다는 것은 그 만큼의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일입니다. 그일이 곧 우리가 그리는 지속가능한 세상,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한 미래를 여는 단초이며 바탕이 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는 날을 그려봅니다. 그 날에 죽어가는 땅은 다시 살아날 것이요, 우리의 병든 몸과 마음, 영혼도 치유되어 땅을 만드신 하나님을 온전히 공경하게 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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