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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첫 번째 탈핵주일 안내(기도문, 설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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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환연 (121.♡.71.57) 댓글 0건 조회 15,627회 작성일 13-03-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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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한국교회는 3월 10일을 탈핵주일로 지정하여 지키기로 생각을 모으고,
오후 5시 삼척시 원전백지화 기념탑 앞에서 첫 탈핵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지역교회에서도 탈핵주일 예배를 함께하실수 있도록
설교문, 설교를 위한 사진들을 모은 PPT 자료, 공동기도문을 여기에 공유합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소책자 「탈핵의 이유」를 곧 발간합니다.
탈핵의 필요에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셨던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문의전화 02-711-8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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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주일 공동기도문

생명의 하나님!
생명을 주시고 우리의 생명을 더 풍성케 하시며 온 세상 생명의 잔치에 우리를 불러주시니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 형상과 숨결로 지으시고, 모든 창조 세계를 돌보라는 사명을 주셨지만 우리는 더 많이 소유하고 더 편안하게 살고 싶어서 자연과 뭇 생명들을 이용하고 파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것으로도 우리의 탐욕을 다 채울 수 없어서 마침내 우리는 하나님께서 허락지 않으신 핵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핵은 하나님의 창조물이 아니며 지구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는 무서운 죽음의 열매임을 고백합니다.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핵무기로 평화를 지키길 원했으나 지구 전체를 멸망시킬 핵무기는 쌓여만 가고 평화는 더욱 멀어져 갑니다. 핵에너지를 평화롭게 이용하겠다고 시작한 원자력발전은 인간의 불완전함과 욕망 때문에 우리 곁에 있는 파괴적 핵폭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년 전 우리 곁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사고의 끔찍함을 보면서도 우리는 각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로 사고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 지금도 고향과 직업을 잃고 전전하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방사능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이들에게 생명의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하나님, 우리의 오만과 무지를 꺾으시고 우리를 변화시켜 주소서. 지금 눈앞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을 위해 위험을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우리 아이들과 자연에게 감당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떠넘기지 않게 하소서. 핵과 원자력으로 우리가 망친 이 땅을 고쳐주시고 우리의 딱딱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고쳐주소서. 그리하여 원자력으로 인해 삶이 깨진 사람들의 절규를 듣게 하시고 핵폐기물로 신음하는 땅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모든 종류의 핵에너지를 없애라 하시는 하늘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일상의 불편을 선택하게 하시고, 공멸이 아닌 상생을 선택하게 하소서.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체험하며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 절기에, 진정 죽음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게 하시고, 부활과 생명의 길을 선택하는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소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탈핵주일설교

제목 :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 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를 맞이하며 

본문 : 창세기 3:5-6, 22
5 하나님은, 너희가 그 나무 열매를 먹으면, 너희의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6 여자가 그 나무의 열매를 보니,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슬기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였다. 여자가 그 열매를 따서 먹고,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니, 그도 그것을 먹었다. 22 주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보아라, 이 사람이 우리 가운데 하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다. 이제 그가 손을 내밀어서, 생명나무의 열매까지 따서 먹고, 끝없이 살게 하여서는 안 된다." 

욥기 38:24-33
24 해가 뜨는 곳에 가 본 적이 있느냐? 동풍이 불어오는 그 시발점에 가 본 적이 있느냐? 25 쏟아진 폭우가 시내가 되어서 흐르도록 개울을 낸 이가 누구냐? 천둥과 번개가 가는 길을 낸 이가 누구냐? 26 사람이 없는 땅, 인기척이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는 이가 누구냐? 27 메마른 거친 땅을 적시며, 굳은 땅에서 풀이 돋아나게 하는 이가 누구냐? 28 비에게 아버지가 있느냐? 누가 이슬 방울을 낳기라도 하였느냐? 29 얼음은 어느 모태에서 나왔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30 물을 돌같이 굳게 얼리는 이, 바다의 수면도 얼게 하는 이가 누구냐? 31 네가 북두칠성의 별 떼를 한데 묶을 수 있으며, 오리온 성좌를 묶은 띠를 풀 수 있느냐? 32 네가 철을 따라서, 성좌들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큰곰자리와 그 별 떼를 인도하여 낼 수 있느냐? 33 하늘을 다스리는 질서가 무엇인지 아느냐? 또 그런 법칙을 땅에 적용할 수 있느냐? 


2011년 3월 11일은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일본의 동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9.0의 지진과 이로 인한 쓰나미가 해안지방을 덮어 약 2만 명의 사망자를 냈고 여기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4개에서 폭발사고가 났습니다. 핵사고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10명이 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쓰나미에 의해 사망한 2만 명보다 더 큰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최대 1300명, 암 발생건수는 최대 2500건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소장 안병옥)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최근 과학저널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됐다.) 적어도 도쿄를 포함한 후쿠시마 250Km가 고농도로 오염되었고 일본 땅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습니다. 오염된 이들 중 100만 명 이상이 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전에도 대규모 핵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사건, 그리고 1979년 미국 스리마일에 일어난 단순노무자에 의한 핵사고,  1986년 구소련에서 일어난 과학자들의 무리한 실험에 의한 체르노빌 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자연재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핵사고들과 다른 유형입니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사고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람들의 목숨을 대규모로 빼앗아갔고, 거대한 토지를 인간이 살 수 없는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체르노빌 원자력에서 나온 ‘죽음의 재’로 인해 스웨덴의 순록과 영국 양들이 집단 매장되었고, 유럽 각국에서 생산된 우유들이 대량 폐기되었습니다. 유럽 북반구 전역에서 10년, 20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갑상선질환, 백혈병, 각종 암 발병율과 기형아 출산율이 현저하게 높아졌습니다.

이런 핵사고의 후유증을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전문가들의 예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지 2년이 지난 2013년 2월 13일, 후쿠시마현민 건강관리검토위원회에서 사고 당시 18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갑상선 검사결과 보고가 있었습니다. 작년 9월에 갑상선암으로 판명 받은 1명 외에 추가로 2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으며 추가 7명은 악성의혹이 있다는 보고였습니다. 갑상선 평균 크기가 15mm로 평균보다 79배가 높은 발병률이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의 후유증은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고 이 피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작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1주년 행사에 참여한 후쿠시마 초등학생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11살인 그 어린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당시를 기억하면서 어른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제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건강한 아가를 낳을 수 있을까요?" 후쿠시마의 경험은 11살 여자아이의 꿈을 바꾸어놓았습니다. 11살 어린이가 꾸는 꿈치고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한번 사고가 터지면 대형사고가 되고 마는 핵발전소 사고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과연 시민들은 원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묻는 설문에서 대부분 위험하다고 대답한 반면, ‘핵발전소는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일반 시민에게 핵발전소는 필요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왜 핵발전소는 필요악일까요?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핵발전소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핵발전(원전)에 대한 거짓신화에 있습니다. 

첫째, 핵무기는 군사용으로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하지만, 핵발전소는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평화적 도구로, 인간에게 오히려 이득을 준다는 생각입니다. 이같은 생각의 뿌리는 핵산업을 주도했던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은 1950년대 소련과의 군비경쟁으로 핵무기 개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시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즉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사건으로 인한 핵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 개선 작업이 핵의 평화적 사용이라는 슬로건이었습니다. 이것은 방사능의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실제의 피해를 축소하고 은폐하는 미국의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핵발전을 고집하는 이유는 핵무기 원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뿌리는 동일합니다.

둘째, 핵이 안전하다는 거짓신화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역사적으로 우리는 여러 차례의 핵사고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는 바로 2년 전 우리 코앞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지금 긴급한 현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핵폐기물 처리입니다. 핵폐기물은 100만 년 동안이나 방사선을 내뿜지만, 인간이 만들어놓은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용기의 수명은 40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인간에게 이로운 모양으로 핵발전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핵쓰레기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면 핵이 안전하다는 신화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약 1만1,370 우라늄톤의 폐연료봉이 임시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2016년이면 보관용량이 한계에 이른다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본의 유명한 반핵운동가 다카키 진자브로는 핵발전소를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에 비유했습니다. 화장실 없이 인간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셋째, 핵이 향후 대안에너지라는 거짓신화입니다. 대부분의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공해를 유발하고 있는데 비해, 핵발전소는 깨끗한 청정에너지로 우리에게 필요한 전기를 제공해준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논리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셈입니다. 핵발전소를 위해서는 거대한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고, 우라늄을 채굴, 운반, 농축해야 하고,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원자로를 폐쇄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에 막대한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단지 핵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클린 에너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위험한 핵산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현재 한국과 일본, 중국을 둘러싼 동아시아는 핵지뢰밭이라고 할 정도로 핵발전소를 운전중이거나 계획중, 또한 설계중입니다. 일본의 시민단체가 조사한 동아시아 핵발전소지도를 보십시요.한중일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마치 핵발전소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 마냥 앞다투어 핵발전소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2기를 가동하고 있고 가동율은 세계 5위입니다. 1위는 미국 104기, 2위 프랑기 58기, 3위 일본 54기, 4위 러시아 31기입니다. 한국, 일본, 러시아가 세계 5위권내에 진입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신축하고 있는 중국까지 포함하면 과히 동북아지역은 핵지뢰밭입니다. 여기에 중국과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일본은 비보유국이지만 핵재처리시설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동아시아는 살상용 핵무기의 집합소와 같습니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은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건은 근본적으로 우리사회를 다시 성찰하는 경험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어느 일본학자의 성찰적 고백처럼 일본의 근대화 모델이 보여준 한계를 알려주었고, 과학에 대한 맹신과 성장에 대한 지나친 믿음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핵에 대한 거짓신화를 벗겨내고 우리가 처한 삶의 자리를 다시 점검해야만 합니다. 다카기 진자브로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생명의 자리’에서 핵을 다시 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국의 ‘핵없는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는 핵보유국의 눈이 아니라 피폭자의 눈으로, 과학기술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의 눈으로, 우리 세대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눈으로,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을 포괄하는 전 우주생명 공동체의 눈으로 이 문제를 다시 볼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파멸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위기의식이 배어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핵에 대한 성찰은 곧 신앙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우리의 무한한 탐욕의 결과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1983년 WCC총회는 핵무기에 대한 최초의 신앙고백을 밝혔습니다. 핵무기의 생산과 배치, 사용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죄악이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그 후 에큐메니칼 운동은 핵무기 제거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2년 3월 1일 핵무기에 관한 한국그리스도인들이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핵은 하나님 없이 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통치자들과 권세자들의 절대권능에 대한 욕망이고,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온 우주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거부하고자 하는 현대판 선악과 사건이며, 하나님이 지으시고 사랑하신 모든 지구 생명체를 멸절시킬 수 있는 사망의 권세”라고 규정했습니다.

성서는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증언합니다. 인간의 불순종과 죄악된 현실을 고발하는 창세기 3장에서 말하길, 에덴동산에서 모든 것을 다 먹을 수 있도록 절대 자유를 허락받은 인간이 선악과라는 금기의 나무, 선과 악을 알 수 있는 지식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도전했고, 결과적으로 생명나무의 접근마저 봉쇄되었다고 말합니다(3:22). 선악과는 무엇일까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영역, 신이 손대지 않은 영역 그것은 무엇일까요? 보암직하고 먹음직하여 인간을 슬기롭게 만들 것처럼 탐스럽게 보였던 그 선악과는 무엇일까요? 안병무 선생은 선악과를 ‘공(公)’으로 표현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공(公)’이 ‘공(公)’으로 있을 때 비로소 낙원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인간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법칙, 남겨두어야 할 영역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먹음직’하고 ‘보암직’하다고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고 공공성을 독점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낙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창세기 설화가 선악과라는 금단의 열매에만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생명나무에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창 2장). 이스라엘은 인간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상상력을 지식나무와 생명나무라는 이원론적인 유비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식나무와 생명나무는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창세기는 인간 역시 생명나무로 향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금기에 도전하여 결과적으로 생명나무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것이 창세기의 고백입니다.  

인간의 도전은 언제 끝날까요? 인간은 우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비로소 낙원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욥기 38장은 신앙심 두터운 욥이 여러 가지 재난을 겪으면서 왜 이런 재앙을 겪어야 하는지 깊은 고민 끝에 내린 답입니다. 여러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했던 욥에게 하나님은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통해 하나님의 지혜를 깨우치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묻고 있습니다. 너는 그것을 아느냐? 자연의 깊이와 자연의 전체적 균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만하게 개조하려는 그것을 너희는 아느냐? 인간이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서 땅과 인간 사회 안에서 일어난 일을 예측하려고 하지만, 과연 그 운행법칙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운행법칙을 얼마나 좌우할 수 있느냐? 자연의 원리와 생명의 원리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 욥은 하나님의 진실한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구원받게 됩니다.

우주와 생명의 소리를 듣는 일은 핵발전소 문제를 생명의 자리에서 다시 바라보는 일입니다. 이것은 핵이라는 괴물이 생명을 볼모로 잡고 있는 위기상황에서 인간의 삶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메리카대륙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지혜로운 삶의 방식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들의 삶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손상시키지 않고 이 지상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순환적 삶의 방식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이 자손들로부터 잠시 빌려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현재 선택한 결과가 앞으로 일곱 세대가 지난 후 자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심사숙고한 후에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삶은 자연의 일부가 되었고, 자연과 함께 하면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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